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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사와노 히로유키 아티스트북 특별 대담 아라키 테츠로 × 사와노 히로유키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 1기 네타가 있습니다


Special Talk Session Vol.1 특별 대담 1

아라키 테츠로 × 사와노 히로유키 


애니메이션판 '진격의 거인' 을 담당하여, 실력파 액션계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알려진 아라키 테츠로. 사와노는 '진격의 거인' 이외에도 '길티 크라운' '갑철성의 카바네리' 등, 아라키 감독이 만들어낸 히트 애니메이션에서 작곡가로서 커리어를 비약시켰다. 여기서는 사와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가진 아라키 감독을 초대하여, 영상과 음악의 관계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두 분이 함께 일하시게 된 계기는?

아라키 '길티 크라운(이하 GC)' 에서 처음으로 함께 했고, 애니플렉스에서 소개받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 때 프로덕션 I.G의 프로듀서가 '전국BASARA' 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사와노 씨의 평판이 좋아서 꼭 한번 부탁드리고 싶었죠. 완성된 음악이 굉장히 훌륭했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부탁드리게 되었습니다.


--- 첫 대면의 인상은?

아라키 첫 회의에서 사와노 씨가 앉았을 때, 테이블을 ‘타닥타닥’ 하고 건반 대신에 두드리기 시작했던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와노 침착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웃음).

아라키 아뇨아뇨 (웃음). 그때까지는 나이가 있으신 작곡가 분과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만나고 보니 사와노 씨는 젊은 분이라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사에 초연한 자유인. 또 얘기를 해보면 어딘가 가볍기도 하고…

사와노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제 안의 아라키 감독님의 인상은...뵙기 전에 ‘학원묵시록 HIGHSCHOOL OF DEAD’ 의 음악을 지인인 와다 (타카후미) 씨가 담당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와다 씨에게 아라키 감독의 인상을 물어봤는데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음악을 써 주었다"고 하더라고요. 첫 회의에서 인상에 남은 건, 작품의 세계관을 마치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하나하나 설명해 주셔서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버렸던 거네요.


--- 아라키 씨는 사와노 씨가 제작해주었으면 하는 음악을 어떤 식으로 주문하셨나요?

아라키 음향감독인 미마 (마사후미) 씨가 중간 다리를 이어주고 계셔서. 제가 “이번에는 이런 작품입니다” 하면, 미마 씨는 자세한 메뉴를 내고 거기에 설명을 붙여 주셨어요. 저는 전혀 음악을 알지 못하지만, 미마 씨의 해설을 읽으면 작곡가 분은 딱 알게 된다고 할까, 이 쪽의 의도를 잘 이해해 주시게끔 되죠.

사와노 그 메뉴에 더해서, 아라키 감독님이 곡의 분위기나 씬의 이미지 등을 설명해 주시기 때문에 굉장히 알기 쉬워요.

아라키 제가 사와노 씨에게 설명하는 것은 음악적인 부분이 아니라, 어떤 스토리인지, 전체적으로 몇 편의 에피소드가 있고, 그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 하는 작품의 줄거리 같은 거죠. 예를 들면, 이런 액션이 있고 몇 명 정도가 죽기 때문에 이런 웅장함을 원한다든가, 이곳과 저곳의 진영에서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던가. 또는 전체적으로 온도가 있는지, 메말라 있는지 같은 거죠.

사와노 자잘한 리퀘스트를 주시는 것보다, 세계관을 이야기해 주시고 음에 관해 대강의 의견을 주시는 쪽이 저를 제어하지 않고 작곡을 진행할 수 있어요.

아라키 제가 원하는 음을 설명해서 만들어 주시는 것보다 사와노 씨의 인스피레이션을 받아들인다는 느낌입니다. 일단 자유롭게 만들어 주신 후에, 완성된 결과물을 쓰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사와노 씨와의 회의는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곡과는 긴 시간 함께하게 됩니다. 이동하는 도중에서부터 자기 전까지 곡을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이건 그 신에 쓸 수 있다던가, 반대로 이 곡이 딱 맞게끔 신을 바꿔 보면 어떨까 하는 여러가지 발상이 떠오릅니다. 그런 식으로 곡에서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 음악을 영상에 집어넣는 것만이 아닌, 음악이 있고 그 위에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도 있는 거군요.

아라키 그런 일도 자주 있습니다.

사와노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처음에 받은 오더를 다 만들고 나서 추가분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때 감독님이 “계속 곡을 듣고 있습니다” 하고 말씀해 주셔서. 실제로 그런 감각은 저한테도 전해져 오거든요. 예를 들면, 완성된 작품을 처음으로 봤을 때 작가는 만든 음악이 어떻게 쓰여졌을지 신경쓰이지만, 만약에 곡을 오더에 있는 그대로 사용해 주시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라키 감독님의 작품은 알고서 써 주신 느낌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이렇게 쓰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발견이 있죠. 그런 식으로 음악을 소중히 해 주시는 감각이 기뻐서, 다음에 만들 때에는 일단 아라키 감독님이 곡을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 사와노 씨는 ‘GC’ 때, 아라키 씨가 제시하신 메뉴를 보고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고생하신 부분은 있었나요?

사와노 저 음악을 만들 때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서요.

아라키 아마 “원시적인 분위기” 라는 오더밖에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와노 그렇다, 또 아마도 “민족적인” 이라고 말씀하셨었죠? 그걸로 생각난 게 있어요. 제가 만든 건 에스닉한 동양민족적인 테마곡이었는데, 아라키 감독님의 어떤 인터뷰를 읽었을 때, 감독님이 생각하신 민족적인 음악이란 “서양민족적인 음”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요. 혹시 제가 틀렸나 하고. 이제 와서 이런 얘기 해도 소용없지만 (웃음)

아라키 아뇨아뇨. 틀리지 않았어요.

사와노 다행입니다. ‘GC’의 사운드트랙은 저도 애착을 갖고 있고, 그 이후의 사운드트랙을 제작하는 데 있어 착수하는 방법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바뀌었는지요?

사와노 사운드트랙에 노래가 들어간 곡을 그렇게 많이 넣은 건 ‘GC’가 처음이었는데, 그건 제가 계속 하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GC’의 기획이 타진되었을 때, “노래가 들어간 곡을 많이 넣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하고 물어보자 좋은 대답을 들었기 때문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이 사운드트랙의 노래가 들어간 곡과 반주곡의 밸런스는 지금도 저의 지침이 되어 있습니다.

아라키 저는 노래도 음색의 하나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노래의 유무에 따라 호오가 갈리지는 않아요. 다 만들고 나서 노래가 많았구나, 하고 느낀 정도였습니다.

사와노 아아, 그렇군요. 저로서는 ‘GC’의 사운드트랙에서 제 이미지가 다소 정착된 부분이 있어요. 그 이후에는 아라키 감독님 이외의 일에서도 노래가 들어간 곡을 적극적으로 넣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작품에서 노래를 넣은 곡의 오더가 오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아라키 저는 사와노 씨가 기분 좋게 음악을 만들고 계시기만 한다면, 노래가 들어간 곡은 언제든지 오케이입니다.

사와노 감사합니다.

아라키 사와노 씨가 만들어 주시는 음악은, 굉장히 자유롭게 만들었구나 하는 게 전해져 옵니다. 그것을 받아들고 나서 제가 고집하는 것은 영상과 음악의 튜닝을 맞추는 것이죠. 영상과 음악의 그루브가 제대로 동기화되어 있는가 어떤가 하는 것은 굉장히 신경쓰지만, 반대로 음에 관해서는 동기화가 되어 있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와노 씨 같은 작곡가 분이 음악을 쓰는 법에 대해 기뻐해 주셨다면 저야말로 고집스럽게 작업해서 다행이었네요.


영상 제작에 들이는 모든 노력 이상으로, 영상과 음악이 딱 맞아들어갔을 때의 피지컬한 쾌감을 이기는 것은 거의 없다


---‘GC’ 에서, 영상과 음악이 합쳐진 것을 처음으로 봤을 때의 인상을 알려 주세요.

사와노 역시 제 1화에서  메인테마곡 (βios) 가 흘러나오는 부분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 곡을 그렇게 써 주셔서 저도 기쁨으로 가슴이 두근거렸고, 제 2화 이후에는 어떤 식으로 써 주시는 걸까? 하고 기대도 되었죠.

아라키 많은 경우 오더를 냈을 때의 1곡 째가 제 1화의 클라이맥스에 맞아들어갑니다. “결국 여기군” 하게 되죠.  ‘갑철성의 카바네리 (이하, 카바네리)’ 도 그랬습니다. 


--- ‘GC’ 로 서로간에 보람을 느끼고, 이어 ‘진격의 거인 (이하, 진격)’ 에서도 사와노 씨가 기용되었는데요.

사와노 물론 기뻤지만, 사실은 설마 오퍼를 연속으로 주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진격’ 후에도 생각했었어요. 취재에서는 아라키 감독과 태그 팀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런 건 좀 주제넘는 일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아라키 감독이 사와노 씨를 다시 기용하시기로 한 이유는 무언가 있었는지요?

아라키 이건 사와노 씨 한정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모든 세션에서 지금까지 제일 좋았던 분께 다시 부탁드린다는 거죠. 저로서는 다른 작품을 맡을 때마다 사와노 씨는 어떻게 대답해 줄까 하고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와노 ‘진격’ 때에는 다른 건을 맡고 있어서 스케줄 적으로 좀 힘들었기 때문에 오퍼를 수락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아라키 감독님이 사무소까지 오셔서 “사와노 씨에게 부탁하고 싶다” 고. 그 때 감독님의 열의를 느끼고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하자” 하게 되었습니다.


---’진격’ 에서는, 아라키 감독님의 음악의 구상을 어떤 식으로 사와노 씨에게 전하셨나요?

아라키 지난번과 비교해서 이렇게 달라졌다 하는 건 없지만, ‘진격’ 에 대해서는 “이런 만화이고, 그림의 만듦새는 전체적으로 메마른 사막과 같은 질감으로, 노란빛” 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거기서 사와노 씨가 발상한 것을 기다리는 식이었습니다.

사와노 또, 거인의 이미지는 합창으로 혼성합창이라는 것도 있었어요.


--- 완성된 곡이 채택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지요?

사와노 그런 일은 없습니다.

아라키 저와 미마 씨 안에서 '받은 곡은 전부 사용한다' 라는 룰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까지 쓰지 않았던 곡이라도, 스토리 후반에 “여기다” 하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몇 번씩 쓰는 곡도 나오죠.


---사와노 씨는 ‘진격’ 의 음악을 제작하는 데 있어 ‘GC’의 음악 사용법을 참고로 하신 일은 있는지요?

사와노 있습니다. 예를 들면, 노래가 들어간 곡은 효과적인 장면에 잘 쓰이기도 하고.

또 ‘진격’ 의 회의에서 알게 된 게 있는데 아라키 감독님이 “‘GC’의 사운드트랙을 그대로 ‘진격’ 에서도 사용하고 싶지만” 이라고 하셔서 (웃음).

아라키 제가 할 것 같은 말이네요.

사와노 (웃음). 물론 완전히 똑같은 곡을 만든 건 아니지만, 같은 긴장감으로 곡을 쓰면 되겠다 하고 안심했습니다.

아라키 아마 ‘GC’의 사운드트랙을 그대로 ‘카바네리’에 넣어도 문제 없을 겁니다. 물론 판권이 문제 있겠지만 (웃음). 그건 아마 사와노 씨와 제 튜닝이 잘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만들어 내는 것의 온도감이라고 할까, 그것이 제가 원하는 것과 매치되어 있어요.

사와노 이건 제가 맘대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라키 감독님의 작품은 엔터테인먼트성을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음악에 대해서는 같은 의식이 있어요. 요컨대 단순히 듣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음악인가 어떤가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아라키 감독님도 저도 방향성이 같은 것 같다고 ‘GC’의 제작 때 강하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진격’ 이나 ‘카바네리’ 의 음악을 만들 때에도 기본은 아라키 감독님이 만들어내는 엔터테인먼트, 요컨대 단순히 봤을 때 멋있다고 느끼는 것을 저는 음악으로 표현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라키 작품을 만들고 있는 동안에는 여러가지를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테마를 생각하거나, 설정을 음미하거나, 복잡한 영상기법에 대해 논의하거나 하지만, 그것들 전부의 노력 이상으로 영상과 음악이 딱 맞아들어갔을 때의 피지컬한 쾌감...그것을 이기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피지컬한 쾌감에 다다르는 데에 있어, 저는 사와노 씨의 음악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일을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아라키 씨는, 사와노 씨의 음악가로서의 개성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계신지요?

아라키 곡에 웅장함과 깊이가 있으면서도 밝은 느낌도 있어요. 저 자신에게는 어두운 면이 있어서, 사와노 씨의 밝은 면에 구원받고 있다고 할까요. 사와노 씨의 음악 덕분에 열린 엔터테인먼트 작품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진격' 에서는, 사와노 씨가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조금 노이즈가 있는 SE가 들어가 있는 것도 포인트가 된 게 아닐까요?

사와노 효과음이나 노이즈는 제 사운드를 구축하는 데 있어 어떤 버릇 같은 게 되어 있어서요. 물론 깨끗한 음이 있는 장면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깨끗한 음과 노이즈가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좋아하기도 해서요. 또, '진격' 은 테마가 무거웠기 때문에, 노이즈가 있는 SE나 사운드를 곡에 넣는 일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 거기에서 도전적인 느낌이 나온 것 같다고도 느꼈습니다.

사와노 그 부분은 거의 흥으로 하고 있어서, 이걸 넣으면 재미있어질지도 모르겠다 하는 정도로요.

아라키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 음은 흥으로 들어갔겠지 하는 걸, 저로서는 “어때! (영상과) 맞췄다고!” 하는 때도 있습니다 (웃음).


---'진격' 은 'GC' 같은 오리지널이 아니라 원작의 애니메이션화 였는데요, 그런 것이 작곡에 영향을 준 부분은 있었는지요?

사와노 만화에서는 잔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느꼈지만, 회의 때 애니메이션의 그림 콘티를 볼 수 있었고, 또 아라키 감독님이라면 쇼킹한 느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로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악도 그렇게 어둡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 두 분이 담당한 작품에, 서로 인상에 남은 장면을 알려 주세요. 일단은 'GC' 부터.

아라키 조금 전에 얘기한 제 1화의 클라이맥스입니다. 메인 테마의 사비가 들어가는 부분에 무서울 정도로 쾌락이 솟구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가 기분 좋았던 것과, 제 17화에 스토리 전체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죽는 장면이 있는데, “합창단 계의 웅장한 곡” 하고 리퀘스트한 곡 (Genesis) 이 흐르는 장면이 좋았습니다. 여기는 절망적이면서 웅장한 텐션의 곡과 영상을 꽤나 잘 매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마음에 드는 곡을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장면에 제대로 넣을 수 있었던 게 이렇게 기억에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사와노 저도 첫번째는 아라키 감독님과 똑같은데, 극중 메인 테마가 흐르는 부분입니다. 역시 메인 테마는 굉장히 몰두해서 만든 곡이 많아서, 애착이 있어요. 메인 테마 하니까 생각난 건데, DVD의 특전에 수록된 메인 테마의 리어레인지 버전 (Bios MK+nZk Version) 을 아라키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하셔서 본편에도 써 주신 일이 있었거든요. 몇화째였더라… 분명 주인공이 재각성하는 부분에서 써 주셨는데.

아라키 19화네요. 블루레이 제 1화에 이 리어레인지 버전이 들어가 있었는데, 선곡을 하고 있을 때 딱 그게 발매되어서, “이런 어레인지가 있었나, 쓰고 싶다” 하게 된 거죠. 리어레인지한 곡에는 조금 비장미가 있었어요. 이 신은 제 1화처럼 주인공이 각성하는 부분인데, 19화에서는 어떠한 희생과 슬픔을 동반한 재각성이었기 때문에, 이 음악이 제일 딱 맞았던 거죠. 또 이 곡을 쓰면 사와노 씨도 기뻐하지 않을까 하는 변태같은 마음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웃음).

사와노 그거 그대로 엄청 기뻐했어요 (웃음).


--- 다음으로, '진격' 에서는 어떤 신이 있을까요?

아라키 제 1화의 어머니가 죽는 신일까요. 여기에 걸린 곡 (XL-TT) 는 메인테마는 아니지만 '진격' 에서 인간이 거인에게 이기는 것은 7화 이후이고 처음에는 계속 지기만 하기 때문에 지는 계열 곡부터 쓰고 있었죠. 이 신은 여러가지 곡을 넣어 보고 고민한 끝에 결정했습니다. 또 인상에 남는 것은 최종화입니다. 두번째 녹음에서 사와노 씨에게 받은 클라이맥스용의 곡 (進撃st-hrn-egt20130629巨人)이, '진격' 의 음악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곡인데, 그것을 멋지게 영상에 넣기 위해 그림 콘티도 맞춰서 그렸지만, 길이 문제로 몇 번이고 곡이 편집되어 반복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거기에서 약간 억울한 게 남아서 극장판 진격의 거인에서는 “그 부분을 위한 파워 업 버전을 주세요” 하고 곡을 다시 받았습니다. 그래서 극장판의 신 쪽을 더 좋아해요.

사와노 이건 시청자의 반응에서 재미있다고 느낀 건데, 제 9화에서 리바이라는 캐릭터의 등장 신에 나온 곡 (The Reluctant Heroes) 이 있거든요. 이건 원래 주인공 쪽 전투곡으로 만든 건데, 리바이의 신 이전에 이미 쓰인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바이의 등장 신에 그 음악이 나왔을 때 “리바이의 곡이다” 하고 커다란 반응이 일어났어요. 거기서 시청자의 곡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란 곡이 쓰인 순간이나 쓰인 방법에 의해 이렇게나 바뀌는 거구나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아라키 '진격' 의 인상적인 신, 또 두 개 정도 더 생각났습니다. 제 6화에서 미카사가 각성하는 부분에 넣은 곡 (army⇒G♂) 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곡을 받았을 때부터 미마 씨에게도 “이건 6화에 넣을 거니까, 그때까지는 쓰지 말아 주세요” 하고 말했었죠. 그러자 이 장면과 이 곡이 세트인 인상이 너무 강해져서, 다른 곳에는 별로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고민이긴 하지만요.


--- 그 정도로 영상과 곡이 딱 맞았던 거군요.

아라키 그것과 S-2. 아, 참고로 저희가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에는, 곡은 작품명의 이니셜과 트랙 번호로 연락을 하고 있어서요. 이 S-2 (편집자주:”진격(Shingeki)”의 트랙 2라는 것) 는 보컬이 들어간 곡 (ətˈæk 0N tάɪtn) 인데요, 그때까지는 보컬을 빼고 썼던 경우가 많아서, 보컬이 들어간 버전은 등장이 없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드디어 24화에서 주인공 엘렌이 최후의 거인화를 하는 장면에 쓸 수 있어서, 벼락이 치는 부분에서 보컬이 앞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 순간이 정말로 기분 좋아서 정말 좋아하는 신이 되었습니다. 그것과 하나 더, 리바이가 등장하는 제 9화의 클라이맥스, 그것도 엘렌이 부분적으로 거인화하는 신입니다만, 거기서 같은 S-2를 보컬이 없는 버전으로 걸었는데요. 이게 예상했던 것의 5배 정도 분위기가 고조되어서요. 제 9화의 카타르시스를 곡이 몇십배로 해 주어서 깜짝 놀랐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카바네리' 의 인상적인 신은 어느 부분일까요?

아라키 '카바네리' 도 똑같이 제 1화의 메인 테마...음... K-1 (KABANERIOFTHEIRONFORTRESS) 입니다. 이 곡을 넣은 부분에 굉장한 보람을 느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미마 씨와 선곡 회의에서도 “K-1은 여기밖에 없다” 며, 다른 의견도 없었습니다. 그 후에 '카바네리' 에서는 주인공들이 전투에서 이기는 신에서는 전부 K-1을 넣게 되어서. 요컨대 이 곡이 걸리면 이긴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좋을 정도로 이 곡이 걸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업 됩니다. 특히 제 6화에서 K-1이 나오는 순간은 제 작품 사상 최고로 기분 좋은 순간이라고 혼자서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 참고로, 그 메인 테마는 어떤 이미지로 만드셨는지요?

사와노 '카바네리' 는 일본풍이라는 테마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더를 받았습니다. K-1에 관해서는, 사비의 멜로디로 일본풍의 분위기를 낼 때에 잘 쓰고 있는 요나누키 음계 (7음계에서 4도와 7도의 음을 뺀 5음계) 를 써서 만들었어요. 또 'GC', '진격' 에서 음악제작을 진행했을 때, 메인 테마가 걸리는 중요한 신의 영상과 음악이 맞부딪히는 열량이 굉장한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카바네리' 의 테마곡에 대해서는, 심하게 웅장한 정도의 긴장감이 좋을 것 같다는 의식을 가지고 제작했습니다.

아라키 K-1은 첫 사비가 끝나고 “둥두둥둥” 하고 북이 나오는 부분이 기분 좋아요. 한번 더 온다, 하는 느낌이라. 

사와노 메인 테마에서 쓴 멜로디는 그 후에 삽입곡 (icon) 이나 엔딩 테마 (ninelie) 에서도 썼습니다. 완전히 '카바네리' 를 위한 곡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 음악에 관해서, 사와노 씨 쪽에서 아라키 씨에게 제안하는 것은 있는지요?

사와노 노래에 관한 것 정도네요. 특히 '진격' 에서는 테마적으로도 노래라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아서, 회의 마지막에 “이번에 보컬곡 어떻게 할까요? 없는 쪽으로 갈까요?” 하고 말하자, “넣어 주세요!” 하고 답변을 받았기 때문에, 자 노래도 만들자 하게 되었습니다.

아라키 이 취재 (2016년 10월 31일) 직전의 회의에서도, 완전히 똑같은 대화를 했었죠 (웃음).

사와노 예를 들어, 대사가 있는 부분에서 큰 소리로 노래가 나오고 있으면, 사람에 따라서는 음과 영상이 부딪히고 있다고 하는 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건 대사나 노래의 어느 쪽인가를 신경써서 듣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요. 예를 들어 어릴 적에 전대물을 보고 있으면, 주인공이 말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신에서 노래가 나오고 있어도 “대사와 노래가 부딪히고 있어!” 하고 생각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것보다도 어떤 신에서 어떤 음악이 나올지, 그것이 최종적으로 멋있을지 어떨지가 저에게 있어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라키 감독님은 노래가 들어가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씀해 주시고, 저도 같은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라키 단, 음향기사 분들은 고생하시죠. 저는 클라이맥스에 전부 올리고 싶어하거든요. 자세하게 말하자면, 그림적인 쾌락, 음악적인 쾌락, SE적인 쾌락, 대사적인 쾌락을, 전부 동시에 원합니다 (웃음). 하지만, 음향기사는 “곡과 SE와 대사 중에 어느 것을 제일 들려 주고 싶으신 거죠?” 하고 물어오기 때문에, 언제나 “전부입니다. 영화관의 스피커를 고장내버릴 기세로 부탁합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정도의 열량이 나오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라키 씨는 사와노 씨에게 받은 곡은 어느 것도 마음에 들어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라키 물론 곡을 받은 순간에 이 곡이 좋다 하는 마음은 있고, 이 곡은 이 장면에 쓰자고 일단은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때 듣고 흘려 버린 곡이라도, 컴퓨터로 영상을 보면서 iPod로 사와노 씨의 곡을 듣고 있자면 여러가지 발상이 생겨요.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등장인물의 심정과 음이 이어져서, 그걸 발견하게 되면 기뻐지기도 하고요. 이 작업을 하고 있다가 보면 어떤 곡이라도 대부분 그런 장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 음악만 듣고 있었을 때에는 알 수 없었던 것이, 영상을 대어 보면 보이게 되지요. 그런 행위 자체가 저에게 있어서는 재미있어서요. 그래서 작품을 만들고 있을 때에는 계속 사와노 씨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 올 때에도, 대담이 있으니까 하고 노린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사와노 씨의 곡을 골라서 듣고 있었습니다.


--- 사와노 씨 자신도 음악을 만들고 있을 때와 그것이 영상 작품에 쓰여진 후에, 사와노 씨 안에서 곡의 인식이 달라지는 일은 있나요?

사와노 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A와 B라는 곡을 만들어서 저 자신에게는 A가 좋았다고 해도, B 쪽이 작품에 잘 맞춰 쓰여지고 시청자 분들께도 좋은 반응이 있거나 하면, A보다도 B 쪽에 애착이 강해지는 일도 있거든요. 그것이 영상음악의 재미있는 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사운드트랙의 제작을 반복하는 와중에 깨달은 것이 있거든요. '상업음악'의 의미는 흥행이나 비지니스라고 보는 견해가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의 주제가가 되었기 때문에 팔리는 거. 저는 그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업 베이스에 제가 만든 음악이 실려서 그 음악이 들려오는 법이 바뀌는 것. 영상과 합쳐져서 그 곡의 가치가 바뀌거나 시청자의 마음에 더욱 큰 반향이 있거나 하는, 저는 그게 바로 좋은 의미의 '상업음악' 이라는 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라키 예를 들면 17-A 와 17-B 라는 삽입곡이 있다고 치면, 곡만 들었을 때 저는 그 두 곡의 다른 부분을 거의 알 수 없거든요. '둘 다 슬픈 피아노 곡' 이라는 인상이지만, 그것을 실제로 영상에 온도감을 맞춰 보면 “이건 A가 아니라 B다” 하고… 그 때 곡이 가진 감정의 방향성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이 쪽은 절망이 있고, 이 쪽은 희망이 있다. 같은 거요. 저는 영상에 맞춰 가면서 음악의 깊이를 알게 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음악을 소중히 해 주는 감각이 기쁘다

다음에 만들 때에는 일단 아라키 감독님이 곡을 즐길 수 있게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 사와노 씨가 만드는 음악은 쿨한 인상이 있는데요. 아라키 씨는 어떤 인상을 갖고 계신지요?

아라키 쿨하다...저는 사와노 씨의 음악을 좀 더 정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펑키하고 자유로운 요소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작품의 세계관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을 “어떻습니까?” 하고 제시해 오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그럴 때 이걸 어떻게 쓸까, 하고 생각하는 게 저는 재미있다고 느끼는데. 어떤가요 사와노 씨?

사와노 그렇게까지 꼬아서 특이한 것을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고 (웃음). 단지 듣고 흘려 버리는 게 아니라, 들은 사람이 마음에 걸릴 법한 음의 구성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이건 학생 시절에 배우러 다닌 작곡가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어요. 선생님은 평범한 곡을 만들면 재미없다고 말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응? 뭐지 이건?” 하고 생각하는 선생님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곡에 변화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도중에 “왜 이 곡은 이런 곳에 이상한 음이 들어가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곡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것이 작곡의 버릇이 된 것 같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아라키 감독님은 뭐든지 받아들여주시는 분이라 제가 만드는 여러 음악을 즐겨 주시고 있는 건 굉장히 감사한 일이지요.

아라키 사와노 씨의 음악은 필름의 폭을 넓혀 줍니다. 저는 성실하고 재미없는 인간이지만, 사와노 씨의 펑키함 덕분에 시청자 분들과 함께 날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와노 아라키 감독님이 만드는 영상에서 열정을 느끼기 때문에, 역시 에너지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에너지 넘치는 음악으로 가고 싶다고 느끼고 있어요.


--- 올해 (2017년) 은, 드디어 '진격' 의 두번째 시즌이 시작되는데요. 어떤 내용이 될까요?

아라키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모습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도 더욱 파워업하기 때문에 거기에 사와노 씨가 음악을 어떻게 돌려주실 지가 기대됩니다. 그 거인에 대해 사와노 씨는 어떤 음을 부딪혀 오는 걸까 하고 지금부터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딱 오늘 그 회의를 해서 두 번째 시즌의 음악을 발주했어요. 지난 번에 그 정도로 대단한 곡을 써 주셨고, 이번에는 더더욱 부탁을 드렸는데도 망설임 없이 수락해 주셨는데, 이제 '진격' 의 곡은 못 쓰겠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을지 모르겠네요.

사와노 전혀 다른 곡이 30곡 리퀘스트가 오거나 하면 어렵겠지만, 표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미지도 떠올리기 쉬워서 괜찮습니다 (웃음). 저는 곡은 계속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아라키 감독님이나 작품을 보고 계신 분들이 봤을 때 “새롭다” 고 생각할 수 있을지 어떨지를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저는 어떤 장르의 음악이라도 쓸 수 있는 요령있는 타입이 아니기도 하고, 역시 제 버릇으로 음색을 고르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감독님이 어떻게 느낄지가 신경쓰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라키 그런가요. 저에게는 오히려 자유자재인 분으로 보였습니다.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공통되어 있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주신다는 인상이 있어요. 

사와노 그건 다행이네요.


--- 'GC','진격','카바네리' 의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자면, 음색 등에도 일관적으로 사와노 씨 다운 것이 나타나 있죠?

사와노 그렇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죠. 배경음악이라고 해도 제가 전제하고 있는 건 음악을 만들고 있고, 그것을 즐겨야만 한다고 할까, 그것을 즐길 수 없으면 안된다는 게 제 안에서 동기 부여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반대”를 무리하게 의식해서 제작을 즐길 수 없게 되는 것보다는, 제 스타일이라고 할까 역시 나는 이 음이 좋다, 고 하는 부분을 추구하고 싶다는 마음입니다.



꼭 한번 두 분의 대담 같은 걸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진격의 거인 이야기가 나와서 마음이 불편하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작가에 대해서는 한국인으로서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아라키 감독님이나 사와노 씨에 대해서는 별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부분 익스큐즈 되시는 분이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티스트북에 코무로 테츠야 씨와 함께한 대담이 있는데, 이 쪽은 음악 관련 얘기가 꽤 많아서 제가 해석을 할 깜냥이 될 것인가...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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