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있는 곡과 연주곡을 균형있게 넣을 수 있었습니다
---2011년의 “길티 크라운”에서는 아라키 테츠로 감독님과 처음으로 함께 작품을 만드시게 되는데요.
저로서는 “진격의 거인”은 물론이고, 아라키 감독님이 흥미를 보여 주셨다는 의미에서 “길티 크라운”은 굉장히 중요한 작품입니다. 또, 그때까지의 작품에도 배경음악으로서 보컬곡을 몇 곡 넣은 경우는 있었지만, 길티 크라운의 사운드트랙에서는 보컬곡을 10곡정도 넣었어요. 그건 그때까지 해 본 적이 없는 시도였습니다.
---그건 애초에 제작진의 요청이 있었던 것인가요?
음악적으로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보컬곡을 많이 넣고 싶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음악적으로 재미있는 것” 을 제가 제 맘대로 해석해서, “그럼 보컬곡을 많이 넣으면 되겠네” 같이 생각해서 해 버린 거죠 (웃음). 하지만 사운드트랙에 보컬곡과 연주곡을 반반씩 넣는 것은 계속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일이었습니다. 그건 역시 칸노 요코 씨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공각기동대 등 칸노 씨가 만드신 사운드트랙에는 보컬곡과 연주곡이 균형있게 들어 있거든요. 또 애초에 ‘Various Artists’ 라고 하는, 여러 아티스트가 컴필레이션처럼 참가하면서, 그 위에 배경음악 같은 연주곡도 수록되는 해외의 사운드트랙을 좋아하기도 했구요. 노래가 있는 곡도 연주곡도 균형있게 들을 수 있는 것에 끌렸다고 할까요. 그것을 제가 만든 사운드트랙에서 처음으로 할 수 있었던 것이 “길티 크라운”이었습니다.
--- 확실히, “길티 크라운”은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사운드트랙이지요.
특히 보컬곡에서 여러 바리에이션을 만들었다는 느낌이 있어서, 여러 의미로 “길티 크라운”의 사운드트랙은 제 분기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제 음악 자료를 어딘가에 제출할 때에는 “길티 크라운”의 사운드 트랙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음악적인 면으로도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었고, 아라키 감독님도 음악을 즐겨 주셨고. 또 그 후에 여러가지 오퍼를 받는 계기도 되었기 때문에 굉장히 의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전에 이 책을 위한 회의를 했을 때에, βίος 가 대표곡이라고 말씀하셨었죠.
βίος 이전에도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은 할 수 있었지만, 작품과의 매치 방법이나, 디지털과 록을 융합시켜서 그 위에 에스닉한 월드뮤직적인 요소를 넣었다는 점이 제가 생각한 그대로 만들어진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아라키 감독님이 여러가지 생각해서 써 주신 것도 감사했지요. βίος는 멋진 장면에 쓰여지거나, 영상과 음악이 멋지게 들어맞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제 안에서도 애착이 강해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2013년에는 “진격의 거인”으로 다시 한 번 아라키 감독님과 함께 하시는데요.
아라키 감독님께 한 번 더 오퍼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어요. “갑철성의 카바네리”까지 이어지고 나니 “두 분은 태그 팀이네요” 하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요.
저는 아라키 감독님 뿐만이 아니라, 어떤 감독과도 한 번 일을 함께 하면 다음에는 오퍼가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은근히 제 맘대로 일을 하는 면이 있어서...물론 그렇게 말은 해도, 감독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 건 아니구요. 감독님의 의향을 따라가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잔뜩 넣어서 음악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걸 감독님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주실지 어떨지 불안해지는 일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감독님에게 또 다시 오퍼를 받으면 많이 놀라죠.
--- 그건 의외인데요.
“진격의 거인”의 사운드 트랙 해설에도 썼지만, 애초에 “진격의 거인”은 다른 작품과 겹쳐있었기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거절하려고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라키 감독님께서 일부러 사무소까지 와 주셔서, “꼭 사와노 씨가 음악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씀하셔서. 아라키 감독님의 그 열의과 마음에 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지요. 또, 우연히 그 한 달전쯤에 아는 사람에게서 진격의 거인을 추천받아서 읽기도 했고요. 그런 신기한 인연을 느꼈기 때문에, “자, 하겠습니다” 하고 일을 받았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길티 크라운” 같은 흐름으로 보컬곡이나 오케스트라 곡을 만들고, 그것을 아라키 감독님이 좋은 형태로 써 주셨어요. 작품 자체가 굉장히 히트친 것도 있었고, 일반인 분들께는 물론, 애니메이션 업계 분들도 제 음악에 흥미를 가져 주시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특히 오케스트라를 쓴 웅장한 곡에 주목이 쏠린 인상을 받았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거인을 이미지할 수 있게끔 합창단 같은 곡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있었어요. 그런 과장된 곡을 만드는 음악가라는 것을 알아 주시는 계기가 된 게 아닐까요 (웃음). 하지만 저로서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자연스럽게 실천한 것 뿐이긴 해요.
--- 사와노 씨는, 현악 등을 웅장하게 들려주기 위해, 어떤 것을 실천하고 계신지요?
한스 짐머 씨도 하고 있는 것인데요, 생연주의 현악이나 브라스에, 같은 멜로디로 신디사이저의 현악이나 브라스를 덮어씌우기도 합니다.
--- 생연주의 현악을 레코딩하면서, 신디사이저의 현악 트랙도 남겨 두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음에 더욱 풍부함을 낼 수 있어요.
그루브 감은 자신의 음악에 언제나 있었으면 하는 것
--- 보컬 프로젝트의 [nZk]는, 배경음악과는 또 다른 사와노 씨의 활동의 핵이 되어 있는데요, 역시 코무로 씨의 프로듀스 워크의 영향을 받은 건가요?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nZk] 프로젝트를 만들었을 당시에 코무로 씨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생각한 것은, 쭉 코무로 씨의 음악을 쫓아왔고 코무로 씨 같은 것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에게 계속 있었기 때문에 이 보컬 프로젝트로 이어진 거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 [nZk] 에서 사와노 씨의 보컬곡은 영어 가사가 많은 인상을 받았는데요.
그건 외국 음악의 영향을 받았던 것이 커요. 제 안에서는 영어의 그루브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영어는 하나의 음표에 하나의 단어를 넣을 수 있지만, 일본어는 하나의 음표에 한 문자를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어의 음악은 리듬에 여백이 늘어나는 인상이 있어서요. 저는 그루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 사와노 씨에게 있어서는 그루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외국 음악이나 해외의 사운드트랙을 즐겨 듣는 것은, 물론 멜로디 등 팝적인 면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일 큰 것은 그루브 감을 흡수하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그루브 감은 제 작품 안에 언제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리듬 트랙을 만들 때에는 그루브 감각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최근에는 그 의식이 더욱 강해지고 있고요. 예를 들면 이전의 레코딩에서는 기타의 컷팅은 기타리스트의 리듬 해석 그대로 OK하고 있었지만, 컷팅의 악센트에 의해 앙상블 전체의 그루브가 변하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제가 악센트를 지정하지 않으면 만족하질 못하게 되었어요. 기타리스트에게 “이 악센트로 연주해 주실 수 있나요?” 하고 주문을 하거나, 베이시스트에게 악센트를 넣는 법을 쓴 악보를 전달하기도 하고, “이런 그루브로 가고 싶다” 라는 것을 뮤지션에게 세세하게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사 하나에도 영어를 고집하게 되어버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 그런 그루브에 대한 의식을 확립한 것은 어느 무렵인가요?
청의 엑소시스트 때니까, 2011년 무렵인 것 같습니다. 이전부터 헐리웃의 사운드트랙과 일본의 사운드트랙의 다른 점이 신경쓰였어요. 제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일본 음악은 노래에 있어서도 연주곡에 있어서도 1. 2. 3. 4. 하는 리듬을 듣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외국 음악은 그렇지가 않아서, 배경음의 박자 등 여러 그루브가 들려온다고 느끼거든요. 그게 제 곡 안에도 언제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 가요도 좋아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요 같은 멜로디나 리듬을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거든요. 그것을 희석하기 위해서는, 역시 외국 곡 같이 배경음에 박자를 느낄 수 있는 리듬을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이브의 반응을 의식하면서 곡을 제작하게 되었다
--- 2014년에는, “알드노아 제로”의 음악을 담당하시게 되는데요.
“UC”가 딱 그 해에 끝났기 때문에, 제 안에서는 로봇 애니메이션이 교대해서 시작된 느낌이었습니다 (웃음). 알드노아 제로는, 아오키(에이) 감독과 처음으로 함께한 작품이었는데요, 감독님께 “로봇물이니까 남자다운 사운드로 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서. 헐리웃 판 트랜스포머 같은, 엔터테인먼트성이 있는 사운드를 추구하시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런 오케스트라와 밴드의 리듬이 융합한 음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알드노아 제로의 배경음악은 그 방향성을 기본으로 해서 제작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노래를 넣은 곡은 배경음악으로 써 주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몇 곡 넣었습니다.
--- “알드노아 제로”에서는 주제가도 담당하셨는데요.
“UnChild” 도 [nZk] 명의의 앨범이었는데, 역시 [nZk] 는 “알드노아 제로”의 주제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엔딩 테마도 담당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배경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곡의 멜로디를 배경음악 안에도 넣을 수 있었습니다.
--- 그렇게 해서 “알드노아 제로”의 음악 전반에 통일감을 줄 수 있었던 것이군요.
그때까지는 배경음악 속에 제 보컬곡을 어떻게 배치할까 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주제가도 담당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음악의 전체적인 프로듀스를 할 수 있게 되었죠.
--- 2015년에 참여하신 “종말의 세라프”에서는, 음악 프로듀스도 담당하셨지요.
사실은 전편에 적극 참여하고 싶었지만, 프로듀스라는 형식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종말의 세라프”에서도 [nZk] 로서 주제가를 담당했는데, 그 때 Gemie씨와 Yosh씨 (Survive Said The Prophet) 를 만났던 건 컸습니다. [nZk] 에 남성 보컬이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평소에 록 밴드를 하고 있는 Yosh씨 같은 분이 노래해 주신 건 굉장히 감사한 일이었어요.
--- 2016년에는 “UC” 가 “기동전사 건담 유니콘 RE:0096” 으로 재편성되어 지상파에서 방송되었는데요.
그 지상파 방송은 굉장히 기뻤습니다. 더욱이 [nZk]로 신곡도 만들 수 있어서 보람있었죠.
--- 2016년 8월 13일 & 14일에는, 기념 라이브 “RE:UnChild” 를 개최하신 것도 토픽 중 하나인데요.
2014년의 “UnChild” 라이브는 이틀 뿐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조금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다시 라이브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감사했죠.
--- 이른바 록 밴드에서는 라이브를 하면 곡이 성장하는 일도 있는 모양인데요, 사와노 씨도 라이브를 통해서 곡의 인상이 변하는 일이 있는지요?
있습니다. 라이브에서 관객 여러분들이 신나하시면 그 곡이 다르게 들릴 때가 있어요. 레코딩에서는 제 안에서 “이 곡은 이렇게 만들고 싶다” 라는 확고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뮤지션 분들도 제 이미지 그대로 연주해 주셨으면 하죠. 하지만 라이브에서는, 뮤지션이 그 장소의 흥으로 리프 등에 변화를 주는 것도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있어요. 어지간히 틀리지 않는 한, 라이브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연주해도 될 것 같고. 저도 원곡에는 피아노가 없는 곡이라도 라이브에서 피아노를 연주할 때가 있는데요, 그건 엄밀히 말하면 원곡과 다른 걸 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대로 라이브니까 허용되지요. 어떤 의미로는 곡에 대해 관용적이 되거나,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거 아닐까요.
--- 그렇게 생각하면 라이브는 지금의 사와노 씨의 음악 활동 중에서도 꽤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군요.
라이브를 하기 전에는, 배경음악은 기본적으로 영상에 맞춰서 만드는 것을 상정해서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라이브에서 연주했을 때 관객 여러분이 어떤 반응을 해 주실까? 하는 것이 머릿속을 스치면서 곡을 만들기도 해요. 그건 특히 보컬곡을 만들 때에 그렇습니다. 물론 배경음악으로써 성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 곡을 라이브에서 연주하면 팬 여러분들이 열광해 주실까 하는 부분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 어쩌면, 사운드의 방향성도 바뀌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전에는 발라드 곡이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업템포로 신나면서 라이브에서 분위기가 업되는 곡이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관객 여러분은 물론, 보컬리스트나 연주자도 기분이 고조되는 곡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의 밑바탕은 나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
--- 배경 음악을 만들 때에는, 시청자나 리스너 등 일반적인 팬과, 사와노 씨의 클라이언트가 되는 영상 제작 스탭의 쌍방을 만족시켜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밸런스를 잡을 때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있는지요?
저는 역시 클라이언트, 특히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아, 하지만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역시 제가 즐겁다고 생각하는 음악을 만드는 거 아닐까요. 제가 즐겁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음악을 만드는 것에 의미가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아까 전에 말씀드렸지만, 애초에 저는 사운드트랙 이전에 연주곡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듣고 싶은 연주곡’을 만들고 싶어서 작곡을 시작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애초에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즐길 수가 없죠.
--- 물론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답하는 것은 잊지 않지만, “나 자신이 즐긴다” 는 것이, 사와노 씨가 배경음악 작가로서 활동해 가는 데 있어 토대가 되어 있는 거군요.
제가 즐길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해서, 그것이 자기만족이 되어버리지 않고 작품에 제대로 매치되게끔 곡을 만들어 온 것 뿐이지요. 그러니까 그건 제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제한이 되는 게 아니라,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이 의외로 자연스럽게 작품에 매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동기부여는 중요하기 때문에 일단은 제가 즐기는 것이 전제이지만, 역시 시청자 분들이 즐겨 주시는 것도 중요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를 향해 성의를 가지고 음악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마음은 언제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클라이언트나 시청자에게만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사이를 향해서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배경음악은 여러가지 지정된 것이 많은 음악이라는 인상이 있었기 때문에, 아까 전에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제한이 없다는 이야기는 의외였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하나도 없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면 TV드라마에서 거인이 나오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요 (웃음). 어떻게 해서든 일상생활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제약은 있죠. 하지만, 지금 제가 담당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 등에서는, 기본적으로는 제가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음악과 영상에 불일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배경음악이란 메뉴표 (장면의 상세한 내용이나 각 곡에 대한 영상 제작진의 요청 등이 쓰여진 리스트) 에 맞춰서 곡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이미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거기에 그렇게 얽매이지 않고 만들고 있거든요. 만약에 영상을 딱 봤을 때 그 곡이 미스매치라고 해도,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해 주신다면 좋은 거 아닐까 하고요. 그러니까 메뉴표는 대략적인 내용만 써 있는 편이 고맙죠.
--- 더욱 자유로운 해석을 할 수 있는 거군요.
또,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의 경우에는 40곡 정도를 만들게 되는데요. 예를 들어 M3으로 만들었던 곡이 TV를 봤을 때에는 M5의 신에 사용되는 일도 있습니다. 거기에 저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제작진이 결국 이 곡은 이 장면에 맞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쓴 거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거든요. 애니메이션의 배경음악은 곡수가 많은 대신 넣을 부분을 바꾸는 건 자유롭기 때문에, 그 신에 얽매여서 만드는 것보다는 음악 전체의 밸런스를 중요시해서 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메뉴표의 세세한 부분에 얽매이지 않고 곡을 만들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운드트랙의 곡명으로 세계관을 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2016년에는 “갑철성의 카바네리”로 아라키 감독님 작품에 세 번째로 참가하셨는데요.
“갑철성의 카바네리”는, 굉장히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까 전에 했던 클라이언트에 대해 어떤 식으로 곡을 만들어 가는지, 하는 것과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아라키 감독님께 세 번째 오퍼를 받은 순간, 감독님이 재미있다고 생각해 주시는 곡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의욕이 자연스럽게 솟아올랐습니다. 지금까지의 작품을 통해서, 아라키 감독님이 음악을 중요하게 다루어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곡을 만들면 감독님은 어떤 식으로 사용해 주실까? 하는 것도 기대하면서 제작을 진행해갔죠. 또, 음악에 대한 허용범위가 넓다고 할까요, 노래가 들어간 곡을 만들어도 받아들여 주시기 때문에 곡을 만드는 데에 열중할 수 있었습니다.
--- “갑철성의 카바네리” 이외에도, 사와노 씨의 곡 타이틀은 어느 것이나 유니크한데요.
그거, 모든 분들이 반드시 말씀하시는 건데, 저 본인은 그렇게 이상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정말로. 지금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신다는 건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웃음). 저는 어느 순간부턴가 다른 사람이 만든 곡 타이틀을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어서요. 옛날에 ASKA씨나 코무로 씨의 곡을 열심히 듣고 있던 때에는 곡명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외국 음악을 듣게 되면서부터는 영어 타이틀이기 때문에 잘 알 수가 없게 되었거든요. 제가 영어를 별로 안 좋아해서 (웃음). 그래서 “그 앨범의 5번째 곡” 같은 식으로밖에 기억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그렇게 곡명을 신경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죠. 특히 사운드트랙의 경우에는 40곡 정도 들어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세세한 타이틀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있고요.
--- 하긴 그렇게 타이틀 수가 많으면 기억하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힘들겠네요.
저는, 애초에 사운드트랙의 곡명은 영어로 붙이고 있었거든요. 사운드트랙은 연주곡이 메인이고, 기본적으로 영상과 링크되어서 그것을 떠올리기 위한 음악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좋아하는 영상을 각자 자유롭게 떠올리면서 듣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고, 그런 것에 끌리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타이틀로 그 곡의 세계관을 한정시키지 않으려고 했던 겁니다. 제가 영어를 잘 몰랐던 것도 있어서, 처음에는 영어를 쓰면 세계관을 희석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영어단어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는 것도 점점 귀찮아져서, 지금과 같은 뭔지 잘 모르겠는 게 된 거죠. 또 담당한 곡이 꽤 많기 때문에 다른 작품의 곡명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해서...그런 식으로 영문을 모르겠는 타이틀로 하면 겹칠 일은 100% 없으니까요 (웃음).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에는 언제나 조금 겁이 난다
--- 사와노 씨는 정말로 많은 곡을 만들어 오고 계신데요. 여기서 조금 민감한 질문을 드리자면, 음악 제작을 하는데 있어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것을 걱정하게 되거나 하는 일은 있는지요?
고갈이라고 할지, 제 작품이 패턴화되고 있는 것은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또 제 사운드트랙을 몇 장 들어 보면, 곡의 경향을 알게 되는 분도 있으실 거구요. 메인 테마 곡은 원패턴이라고 생각하는 리스너도 있지 않을까 해요. 그걸 전부 이해하면서도 저는 제가 좋아하는 멜로디를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최종적으로 제가 열광하기 위한 곡을 만들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 어느 정도 제 버릇 같은 것이 나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굉장히 심각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여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음이나 패턴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거야말로 슬럼프라고 할까, 어떤 식으로 곡을 만들면 좋을지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어 버릴 것 같아서요. 그런 의미로는 약간 현실을 받아들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 그것이, 지금까지의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통해 도달한 현재의 마음가짐인 거로군요.
하지만 매번 가볍게 작곡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새로운 작품에 돌입해서 작업을 시작할 때에는 언제나 조금 겁이 납니다. “다음 작품에서도 언제나처럼 납득 가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라고 할까 미묘한 기분이 됩니다. 하지만 맨 처음의 1-3곡 정도를 만들고 나면 점점 “괜찮아, 평소 같은 기분이 됐다” 하고 기분이 바뀌어서, 거기서부터는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되죠.
--- 그런 일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언제나 긴장감을 가지고 음악 작업에 임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그건 있습니다. 저는 은근히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제 곡에는 자신을 가지고 있지만, 작품을 발표했을 때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은 평가를 해 주실지는 알 수 없고, “1-2년 후에도 일이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고 매년 말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을 어중간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지금 담당하고 있는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오퍼가 오지 않아서, 그것이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고 했을 때 “조금 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걸” 같은 후회를 하고 싶지 않거든요. 물론 그것이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고 해도, 전혀 후회하는 일 없이 만드는 건 어렵겠지만, 그래도 되도록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언제나 작품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단순히 듣고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곡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다
--- 지금부터 목표로 하고 있는 음악가 상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역시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히사이시 죠 씨나 칸노 요코 씨인데요. 사운드트랙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러 음악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분들에게 그렇게 인식이 되어 있지는 않잖아요. 또 저 포함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그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사람” 이라는 이미지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요컨대, 음악가의 이름보다도 영상 작품의 제목이 앞에 나와 있는 거죠. 그건 배경음악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히사이시 씨나 칸노 씨는 “이 작품의 음악은 히사이시 씨가 담당한다” “이 작품의 음악을 만든 건 칸노 씨” 같이 보는 분도 있거든요. 저도 그런 식으로 “사와노 히로유키가 그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다” 라고 봐 주시게 되는 게 이상적이라고 할지, 그렇게 되고싶다는 마음이 있죠.
--- 극단적으로 말하면, 음악가의 이름으로 작품에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거네요.
코무로 씨도 ASKA씨도 그렇지만, 그 사람의 네임 밸류나 컬러에 많은 팬이 생기는 거거든요. 그 분들과 저는 아직 하늘과 땅 차이지만, 조금이라도 거기에 가까이 다다갈 수 있도록 계속 곡을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진격의 거인”에 참여했을 때 생각했던 것은, 작품이 히트쳤을 때 거기에 묻어 간다는 말을 하는 건 안이하겠지만, 역시 많은 분들이 봐 주시면 그 중에 몇 퍼센트는 배경음악에도 관심을 가져 주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라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와노 씨는, 자기 자신의 음악가로서의 강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요?
가끔 “이것이 사와노의 선율” 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이 계신데, 저 자신은 “이게 나의 오리지날리티” 처럼 잘난 척 하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고요.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음악이란, 지금까지 여러 음악을 듣고 거기서 많은 영향을 받고, 그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무의식 중에 집어넣어서 저라는 필터를 통해서 내놓고 있는 게 아닐까 해요. 제 안에 중심이 여러개 있는 만큼, 그것들이 잘 섞여서 “사와노다운” 것이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사와노다운” 것의 핵심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강하게 영향을 받은 분들은 역시 그 장르의 왕도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거든요. 그분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엔터테인먼트성이랄까, 역시 곡이 팝적이고 키치한 면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 자신의 곡에서도 엔터테인먼트성을 느껴 주셨으면 좋겠고, 제가 담당한 배경음악이 그 작품의 엔터테인먼트성을 더욱 높이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사와노 음악의 특징은, 엔터테인먼트성이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기쁠 것 같습니다.
--- 지금부터도 엔터테인먼트성을 추구해 가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들었을 때 단순히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어요. 음악을 계속 만들어 가다 보면, 매니악한 방면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굉장히 중요하겠지만, 역시 제가 처음에 음악을 시작했을 때 좋다고 생각했던 팝적인 느낌의 곡을 계속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상적으로 보고 있는 음악가의 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전에 올렸던 사와노상 인터뷰 뒷부분입니다. 올려놓고 보니 엄청 기네요...모바일에서 보시는 분 계시면 죄송합니다.
이런 아티스트나 감독님들 인터뷰를 많이 보다 보면 의외로 많은 분들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이번에서 '지금까지 들어온 것이나 본 것을, 나라는 필터를 통해서 내놓고 있는 것이다' 라는 부분이나, '누가 뭐라하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라는 (물론 인터뷰에서는 좀 순화된 표현을 썼지만) 부분이 그랬습니다. 이런 걸 읽으면서 느끼는 점이 많은 것 같고, 저 자신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이 글의 저작권은 발행처 (아마도 릿토뮤직) 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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