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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파도여 들어다오' 사무라 히로아키 인터뷰

 

라디오 애니메이션은 평범하다고 누가 그래?
파도여 들어다오
사무라 히로아키 인터뷰

사무라 히로아키 원작 애니메이션 '파도여 들어다오' 가 4월부터 방송 중이다. 삿포로에 있는 스프 카레 가게의 점원이면서, 어떤 계기로 지방 FM 라디오에 퍼스널리티로 발탁되어 자신의 이름을 건 방송을 가지게 된 주인공 코다 미나레의 분투를 그리고 있다. 사무라 히로아키 작품의 특징이기도 한 날카로운 대화 센스가 라디오라는 무대를 한층 빛나게 해 주는 작품이다.
코믹 나탈리에서는 애니메이션 방영을 기념하여, 사무라 히로아키를 인터뷰하였다. "영상화는 어렵다" 고 하던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는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원작자 시선의 감상을 들어보았다. 또 라디오라는 미디어의 매력, 원작의 뒷이야기,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서도 들었다.


취재 글 / 마츠모토 신이치
촬영 / 사사이 타카마사


무슨 애니메이션인지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웃음)

──'파도여 들어다오' TV애니메이션화를 발표했을 때, 기뻐하는 팬도 물론 많았지만 '그걸 애니메이션화 한다고?' 라는 목소리도 SNS에서 간간히 보였던 것 같거든요.

 

저도 그런 의견들을 보았습니다 (웃음).

──실제로 코나 미나레 역을 맡은 스기야마 리호 씨도 '영상화는 어렵다고 하던 사무라 선생님의 라디오 업계 만화가 어떤 애니메이션이 되었을지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코멘트를 남기셨거든요. 원작자로서 어떤 이유로 '애니메이션화는 어렵다' 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만화가, 라디오 만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장르가 확실하지가 않거든요 (웃음).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이게 뭐야? 하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의미에서 어렵다고 한 거죠.

──라디오 이외의 부분에서도 여러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단순히 '라디오 업계 만화' 라고 하기엔 어려운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라디오에 관련된 얘기고, 삿포로 근방을 무대로 해서 일어나는 일이죠. 그렇지만 비주얼 면에서 좀 이상한 장면이 많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1화는 미나레가 숲속에서 곰과 대치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니까요.

맞아요. 그러니까 시각적으로 지루하지는 않겠지만, 광고를 봐도 무슨 애니메이션인지 잘 모를 수도 있어요 (웃음).

성공도 실패도 주연 스기야마 씨에게 걸려 있지만, 걱정은 없다

 

©沙村広明/講談社

──원작을 보면 정보량이 굉장히 많거든요. 대사가 많고, 그 안에도 자잘한 개그가 몇 개나 있고, 말풍선 밖에 작은 글자로 츳코미를 넣고 있고요. 만화는 자기 페이스대로 읽을 수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에서 그 정도로 많은 대사를 듣게 되면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네요.

애니메이션에서도 당연히 대사가 많지만, 템포가 좋고 미나레 역의 스기야마 씨의 역량도 대단해서 굉장히 좋은 느낌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기대가 됩니다. '파도여 들어다오' 라는 작품의 매력은 미나레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담당하는 부분이 크니까요.

만화로만 보면 이 만화 말풍선이 엄청 많네, 정도겠지만, 목소리로 들으면 말을 하는 건 여자 한 명 밖에 없다는 걸 들키게 되죠 (웃음) 이 정도로 많이 말하는 주인공이 있었나? 할 정도로. 하지만 거기에 관해서는 딱히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스기야마 씨가 계속 말하고 있는 영상 2탄~미나레 코멘터리 판~ 이라는 영상도 굉장히 좋았어요.

맞아요. 제가 볼 때도 대부분 호평이었어서, 너무 좋죠. 성공도 실패도 미나레 나름이랄까, 스기야마 씨에게 걸려 있으니까요 (웃음).

──신 치토세 공항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애니메이션 이벤트가 있었을 때, 미즈호 역의 이와미 마나카 씨가 '대본이 미나레의 대사로 꽉 차 있었다' '이 역경을 뛰어 넘을 사람은 누굴까 하고, 스기야마 씨에 대해서 조사했어요' 하고 말씀하셨었거든요.

아니, 진짜로, 1화 녹음할 때 스기야마 씨의 목이 어떻게 되진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너무 잘 해 주시고, 녹음이 끝나고 뒷풀이 같은 것도 했는데, 스기야마 씨는 술도 많이 마시고 노래방에서 아침까지 노래하고 있더군요.

──대단한데요.

성우는 목소리가 장사 밑천이니까, 평소에  잘 관리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목이 엄청나게 강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웃음).

──관리도 하시겠죠 (웃음). 작중 미나레의 목소리는, 흔히 말하는 FM라디오의 DJ다운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음역이 높아 안정적이지 못하고 사람을 선동하는 거만한 울림이 있다" "신기하게도 그것이 불쾌하지 않다" 는 평가인데요. 미나레를 연기하는 스기야마 씨의 목소리는 이미지 그대로였는지요?

만화를 그리면서 그렇게 세세하게 비전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미지 그대로였습니다. 오디션에도 참가했는데, 세 명 정도로 좁혀졌을 때 다른 두 명은 베테랑이었거든요. 하지만 스기야마 씨는 그 두 명에 손색없을 정도로 힘이 있다고 느꼈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스기야마 씨가 삿포로 출신이기도 해서 스기야마 씨로 정해졌습니다.

──처음부터 홋카이도 출신으로 정해둔 오디션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삿포로 출신인 사람이 뽑혔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대사에는 삿포로 사람 같은 억양이 자연스럽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런 부분은 감독님이 전부 지적해서 고치도록 했대요 (웃음).

──만화와 똑같이 기본적으로는 표준말이군요.


하지만 스기야마 씨가 애니메이션 방영 전부터 (AIR-G'FM 홋카이도에서) 하고 계신 파도여 들어다오 라디오에서는 홋카이도 사투리를 쓴다고 하더군요.


애니메이션 스탭한테 주문한 것은 딱 하나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되었을 때, 사무라 씨는 '원작자 이상으로 취재를 해 주셔서 감사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고 그렇게 느끼셨나요?

일단 전제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만화가보다 라디오나 방송업계를 잘 아시거든요. 거기다 제가 라디오국에 취재 갔을 때에는 들어가지 못한, 예를 들면 비상용 배터리를 두는 방 같은 곳에도 애니메이션 스탭 분이 가서 사진을 찍어 주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그 밖에도 애니메이션에는 오리지널 씬이 있는데, 그 부분을 그려가는 데 있어 필요한 질문이 굉장히 세세했어요. 제가 취재했을 때에는 "이런 상황은 일어날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는 정도였는데,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가신 분은 더 자세하게 질문을 하셔서, 그 대화를 옆에서 본 제가 "그렇네, 그건 어떻게 됐을까" 하고 깨닫게 되는 부분도 있고. 제가 나중에 비슷한 씬을 그릴 때 굉장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웃음).


──그렇군요. 사무라 씨는 애니메이션에 각본 감수 같은 것으로 참가하신 건지요?

각본 체크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원작 그대로 해 달라고 하지는 않는 사람이라. 세세한 부분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애니메이션 스탭 분들이 어떻게 요리해 주실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 하지만 딱 하나 하지 말라고 한 건 있었어요.

──뭘까요.

미즈호라는 캐릭터가 키우고 있는 거북이가 세 마리 있는데, 원작보다 출연이 많거든요. 요컨대 라디오 업계의 전문용어가 나왔을 때 거북이들이 마스코트 같이 등장해서 해설을 해 주는 역할이에요. 하지만 개그 대사를 하는 도중에 거북이들이 용어를 해설하는 씬이 있어서, 개그 하는 도중에 해설하는 것만큼 김빠지고 재미없는 게 없으니 그것만은 그만 두라고 했습니다 (웃음).

 

©沙村広明/講談社


'라디오 업계를 그린 만화' 가 아닌 '읽는 라디오'

──원작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은데요, 애초에 왜 라디오 업계 이야기를 하려고 하신 건가요.

라디오 업계 얘기를 꼭 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고요, 처음에는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어요. 
 
──일 이야기를 하려고 하신 거네요.

그렇죠. 그 다음에 홋카이도에 대한 이야기로 하자고 정해진 겁니다.

 


──그것도 궁금한 점인데, 사무라 씨는 치바가 고향이시죠? 왜 홋카이도가 무대가 된 건가요?

그 얘기를 하자면 좀 긴데...먼저, 지금 저를 담당하는 편집자는 남자 분이지만, 연재를 시작하려고 할 때에는 여자 분이었거든요. 일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하자고 생각했던 때에, 그 여성 편집자 분께서 "사무라 씨가 그리는 입이 험한 여자가, 엄청난 실연을 당하고 폭언을 내뱉는 씬이 보고 싶다" 고 말을 꺼내서 (웃음).

──확실히, 사무라 씨가 그리는 멋있는 여성 캐릭터라면, 위트를 섞어 온갖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굉장히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게 어떻게 홋카이도로 이어진 건가요?

자 그럼 그 엄청난 실연 씬을 그리자, 현대극으로, 일을 하고 있고...그런 식으로 내용을 정해 가는데, 일단 무대를 정해야 하잖아요. 일할 수 있는 곳이 많은 도시이지만, 엄청난 실연을 한 다음에 도피할 수 있는 대자연이 가까운 곳에 있는 장소가 좋겠다고 생각해 홋카이도가 되었습니다. 거기까지 정하고 담당 편집자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더니, 1화 플롯이 전부 정해진 거죠.

──미나레가 실연을 하고, 바에서 한 술주정을 옆에 있던 사람이 녹음해 라디오에 내보내고, 라디오국에 뛰어들어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고...라는 흐름이 만들어진 거네요.

그렇죠. 담당 편집자가 라디오를 좋아하기도 하고, 저도 잘 듣거든요. 그래서 라디오 얘기를 한 번 해 볼까 하고. 처음에 무대가 삿포로로 정해졌을 때 홋카이도에 취재를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당연하지만 라디오에 관계된 사진이 하나도 없었어요 (웃음). 1화 콘티를 그릴 때 서둘러 J-WAVE(도쿄의 FM 라디오 방송국)에 취재를 갔습니다. 그래서 1화에 나오는 라디오 씬은 전부 J-WAVE에요.

 


──1화 시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거군요.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이 라디오 업계를 목표로 하는 얘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어쩌다가 방송을 하게 되는 얘기'를 그리는 데 어떤 의도한 것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준비했었는데, 일단은 실연당한 여자를 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흐름이었던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별로 업계에 국한된 이야기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어요. 라디오를 테마로 하는 만화이지만, '라디오 업계를 그린 만화' 보다는 '읽는 라디오' 같은 만화로 하고 싶었습니다.

──'읽는 라디오' 라.

라디오라는 게, 진행자가 끝없이 혼자서 말하는 것으로 성립되는 매체잖아요. 그것과 똑같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몰라도, 히로인이 끝없이 혼자 떠들고 있는 것만으로 성립되는 만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앞서 "이 작품의 매력은 미나레의 매력에 좌우되는 부분이 크다" 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부분은 확실히 라디오와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열심히 라디오 진행자가 되고 싶어하는 주인공을 만들어 버리면, 완벽하게 라디오 업계의 만화가 되어 버리잖아요. 그러니까 라디오라는 게 이렇게 듣는 사람이 많구나, 하는 정도로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이 업계에 들어가는 정도가 딱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실제로 J-WAVE에 취재를 갔을 때 어떤 진행자 분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이 라디오 진행자가 된 계기라는 게, 어떤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서 토크를 했는데 집에 가려고 할때 디렉터가 어깨를 탁 치면서 방송 하나 안 해볼래? 라고 하더래요. 그 얘기를 듣고 재미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텔레비전 업계라면 그런 식으로는 들어갈 수 없잖아요. 1화에서 미나레한테 일어난 일은, 어쩌다 일어날 수도 있는 얘기인 거죠.

──신데렐라 스토리도 있을법 하다는 얘기군요.

그것도 그렇고, 그렇게 빡빡하지 않은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빡빡하지 않은 부분도 합해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라디오는 청취자와의 관계성이 매력

──사무라 씨가 생각하시는 라디오라는 미디어의 매력에 대해서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작중에서 라디오의 강점은 청취자와의 거리감이라는 대사가 나오거든요.

그렇습니다. 라디오는 어쨌든 청취자가 호감을 갖고 들어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을 중에는 오만 것에 다 클레임을 거는 사람들이 많은 이미지가 있지만, 그런 사람은 라디오 청취자 중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진행자가 조금 실수를 해도 딱히 화내지 않는다고 할까.

 


──저도 라디오를 잘 듣지만,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은 어떤 트러블이 생기면 그걸 오히려 재미있어하는 인상이 있어요.

진행자와 서로 신뢰하고 있다고 할까,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오리엔탈 라디오(일본의 유명한 개그맨 콤비)의 방송에서, 둘이 방송에서 엄청나게 싸운 적이 있거든요.

──생방송 중에, 에반게리온에 대한 두 분의 인식이 좀 다른 것으로 논쟁을 했던 회차였죠.

맞아요. 그래서 방송이 진짜로 7분 정도 중단이 되었거든요.

──라디오 로고송을 틀어서 억지로 이야기를 중단하고, 음악과 광고로 어떻게 이어가긴 했죠.

이런 일이 있구나 하고, 이게 라이브라는 느낌에 흥분했었어요. 텔레비전에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이걸 라디오의 좋은 점이라고 해도 되나 모르겠지만 (웃음).

──지금 말씀하신 라디오의 빡빡하지 않은 점이 좋다, 라디오 청취자는 트러블이 일어나도 재미있어 한다는 이야기는, 취재를 통해 알아낸 지식이 아니라 사무라 씨가 항상 라디오를 듣고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실감나는 이야기였어요.

지금은 거의 개그맨들이 하는 방송밖에 듣질 않아서요. DJ가 청취자의 엽서나 곡 리퀘스트에 답하는 형식의 방송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만화 속에 나오는 라디오는 제가 어릴 적에 아버지의 차에 타고 있을 때 들었던 방송의 기억으로 그리고 있어요. FM국에 취재를 갔는데 만화에 나오는 건 완전히 AM 분위기네요 (웃음).


5권에서부터 전개가 좀 막나간 느낌이 있어요
 
──1권 후기에 "이번에야말로 사람이 죽지 않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라고 쓰여 있었는데요. 이것은 단순히 '무한의 주인'에서 시작된 반동인가요?

그렇죠. 제가 그리는 만화는 선정적이고 잔인한 이미지가 강해서,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사람 안 죽어요, 차분하게 읽을 수 있어요, 라는 걸 말하고 싶었죠.

──그렇긴 하지만 5권부터는 조금 말도 안 되는 전개가 되거든요. 너무 자세하게는 스포일러가 되니까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5권 책 날개에 보면 '작가 특기! 금단의 전개 돌입' 이라고 써있어요 (웃음)

아, 그건요, 단순히 4권 정도부터 '그림이 좀 차분해졌군' '라디오 업계 얘기가 되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좀 파문을 일으켜볼까, 해서 그렸는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어요. (웃음) 좀 너무 막나간 것 같아요.

──모처럼 평화로운 만화로 하려고 했는데 (웃음). 하지만 역시 '사무라 히로아키는 잔혹한 씬' 이라는 이미지가 강한가요.

그런 것 같아요.

──물론 '무한의 주인'이나 '브래드 할리의 마차' 같은 하드한 작품도 사무라 씨 답지만, '파도여 들어다오'나 '이사' 같은 대화극 코미디도 잘 하시기 때문에 그 장르를 넘나드는 부분을 좋아하시는 독자분도 많이 계실 것 같거든요. 사무라 씨 본인은 어느 쪽도 그리고 싶으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탐미적인 작품도, 코미디도, 둘 다 그리고 싶어요.

 

©沙村広明/講談社


──처음으로 '이사' 를 읽었을 때에는 "앗, 무한의 주인 작가는 이런 코미디도 그리는 사람이구나" 라고 충격이었어요. 그 대화극의 센스가 '파도여 들어다오' 에서 더욱 파워 업 했다고 느껴집니다.

대화극의 소재는 즐겁게 쓸 수 있어요. '할시온 런치' 때도 그랬지만, 코미디를 그릴 때에는 생각난 개그를 전부 다 핸드폰에 메모합니다. 그래서 저장된 소재가 많죠. 그걸 만화에다 쓰고 싶지만, 그 소재를 대화에 쓸 수 없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파도여 들어다오' 는, 그때까지 대화의 흐름과 전혀 관계없는 장면에도, 라디오 방송에 청취자가 보낸 사연으로서 개그를 집어넣을 수 있거든요 (웃음).

──모아온 소재를 성불시킬 수 있는 건 좋네요 (웃음). 사무라 씨의 개그는 그 때를 타는 소재나 연예인 소재도 많기 때문에 생각났을 때 빨리 소화시켜야 할 거구요. 아, 그러고 보니 때를 타는 소재는 '파도여 들어다오' 의 애니메이션에선 어떻게 되어 있나요. "코토오우슈(불가리아인 스모 선수)의 블로그는 읽고 있으면 마음이 치유돼" 라는 이야기 등은 연재 당시는 그렇다쳐도 지금 보면 조금 시기가 지난 건 아닌가 싶은데요.

야구 선수를 소재로 한 개그도, 연재 당시와는 소속 구단이 달라져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원작과 다른 부분도 있고, "닛폰햄의 오노가..." 하는 부분은 미나레가 "지금은 주니치에 있지만요" 라고 덧붙이기도 하죠 (웃음).

 
사실은 비주얼 위주의 작품입니다

──작품 후기에 연애물로 하고 싶은데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계속 쓰고 계시거든요. 이후 전개에 연애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거기에 대해서는 이젠 포기했습니다 (웃음) 안돼요 안돼.

 


──딱 잘라 얘기하시네요 (웃음)

세상살이를 알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트위터 읽기 전용 계정을 갖고 있거든요. 거기서 이런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데, 역시 제가 그리려고 하는 연애는 이미 너무 낡았구나, 하고 이제 와서 느껴요. 미나레가 남자를 찬 다음에 동거인 미즈호와 뒷담을 깐다고 해야하나, 좀 치근덕거리고 있잖아요. 신뢰관계를 얻는 상대는 남녀가 아니고, 여자 둘이어도 괜찮겠구나 싶었죠. 제가 레즈비언을 그리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라, 사람 사이에 드라마가 있으면 그걸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처럼 경기가 좋으면 연애만 하는 히로인도 나쁘지 않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연애보다도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하긴 결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시대는 아니지요.

그렇죠. 연애에 목숨거는 히로인에 리얼함을 느낄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에, 미나레는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일은 어떻게 할까, 하는 히로인이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파도여 들어다오' 애니메이션 보시는 분들께, 이 부분을 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곳을 어필해 주세요.

맨 처음에 얘기했던 것하고 조금 겹치는데요, 라디오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들으면 진행자가 부스 안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 뿐인가,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실 것 같거든요. 하지만 그림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만화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도 여러가지 비주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곰 뿐만이 아니라 우주인 같은 것도 나오죠.

네. 제가 적당히 그린 말도 안 되는 장면을, 선라이즈라는 굉장한 회사가 움직여 주는 겁니다. 그래서 '라디오 만화' 라는 말에서 느끼는 이미지보다, 더 많이 비주얼에 치중하고 있어요. 보는 사람을 질리게 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고 싶네요.

──참고로 애니메이션에서는, 원작의 어느 부분의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저도 처음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만드는 거야? 하고 생각했어요. 여기까지가 일단락, 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하지만 애니메이션 각본을 보니 좋은 느낌으로 만들어 주셨길래 스탭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마지막은 애니메이션 오리지널이 돼요. 하지만 그 부분은 원작에서도 그렸던 어떤 이야기와 같은 테마라서, 같은 곳에서 취재를 했기 때문에 원작하고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제가 그린 원작을 따라 만든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애니메이션이 먼저 각본을 쓰고 있었고, 제가 나중에 거기에 맞춰서 그린 부분도 있습니다. 그 오리지널 부분을 포함해서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沙村広明 사무라 히로아키 
1970년생으로 치바현 출신. 1993년 애프터눈 여름 사계대상에 '무한의 주인'이 사계대상을 수상, 월간 애프터눈(코단샤)에 게재되며 데뷔. '무한의 주인'은 2012년까지 장기연재되어 2008년과 2019년에 애니메이션화, 2017년에는 기무라 타쿠야 주연으로 영화화 될 정도의 히트작이 되었다. 현재는 월간 애프터눈에서 '파도여 들어다오', 월간 소년 시리우스(코단샤)에서 '베어겔터'를 동시 연재중. 그 밖의 작품으로 '이사' '시스터 제네레이터' '할시온 런치' '브래드 할리의 마차' 등. 


너무 늦게 & 너무 오랜만에 올렸네요. 인상깊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파도여 들어다오' 의 인터뷰를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해석해 보았습니다. 저는 같은 작가의 작품인 무한의 주인도 좋아합니다. (가끔씩 여성에 대한 지나친 가학적 표현이 괴롭긴 해요)

이 기사에 사용된 사진과 글의 저작권은 모두 그것을 제작한 분께 있으며, 저는 인용의 목적으로밖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저작권자가 원할 경우 이 글은 바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원본 인터뷰는 이곳에서

natalie.mu/comic/pp/nami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