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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일본에서 스노보드 타기 ③ 강습 내용 & 지금까지 가본 스키장에 대해


저는 강습을 세 번 받아봤는데요, 내용은 거의 다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시간은 두 시간 정도

초보자 레벨 / 초심자 레벨 / 중급자 레벨 / 자격증을 따기 위한 강습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중에 저는 초보자 / 초심자 레벨 강습을 받아보았습니다. 내용을 간략하게 써보자면 


◆초보자 레벨

-장비를 착용하는 법 

-스키장에서 보드를 탈때 주의점과 매너 

-보드에 한 발을 묶고 평지에서 이동하기 (스케이팅)

-스노보드를 탈 때 기본 자세

-리프트 타보기 

-방향 전환 없이 앞으로 내려오기 

-방향 전환하기 (펜듈럼, 이걸 하게 되는 게 목적) 


◆초심자 레벨 (리프트를 타고 펜듈럼으로 무리 없이 내려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전제가 되어 있습니다)

-펜듈럼 확인

-뒤로 내려오는 펜듈럼

-한쪽씩 턴 연습

-연속으로 비기너턴 (이걸 하게 되는 게 목적)


대략 이런 내용이고요…

지금은 턴을 하면서 초심자 코스를 무리 없이 내려올 수 있는 정도가 되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꼭 강습은 들어야 되는 것 같아요. 강습을 안 들었으면 아마 지금도 아무 것도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좀 어렵다, 힘들다고 생각했던 점이 있다면, 일단 외국어로 이런 걸 배운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스노보드가 감각으로 깨우쳐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말로 들으면 쉬운 것도 뭔가 알쏭달쏭하게 들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제 일본어 실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강사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긴 하지만, 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잘 가르치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가 강사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하다 보니 운이 없으면 저처럼 첫 강습에 돈만 내고 배운 게 없기도 하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이건 정말 운이라...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

스키장에 따라 영어를 할 수 있는 강사가 있기도 하고 그러니, 혹시 일본어보다 영어가 편하신 분이 있다면 그쪽으로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가 본 스키장에 대해서 쓸게요.



사야마 스키장 http://www.sayama-ski.jp/ski_web/


실내 스키장/ 인공 눈이긴 하지만 도심에서 정말 가까워요. 세이부 구장 앞 역에서 내리면 되구요, 이케부쿠로에서 출발했을 때 약 50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코스가 초심자 레벨 (경사 15도 정도) 코스 딱 하나밖에 없구요, 코스 자체도 길지 않아서 순식간에 내려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 타시는 분들은 시시하게 느끼실 것 같아요. 오시는 분들도 보면

시즌 시작할때 몸풀기로 / 완전 초보자나 어린이 / 점프 등 기술을 익히려고 하는 상급자가 대부분이고요.

리프트는 코스 양 사이드에 하나씩 두 개 있는데 1인용입니다. 리프트에서 내릴 때도 경사가 없어 초보자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실내 스키장에 코스가 하나밖에 없는 걸 감안하면 1일권 4000엔 정도로 굉장히 비싼 편입니다. 단 수요일 레이디스 데이 / 목요일 멘즈 데이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이용 가능해요. 

렌탈도 가능한데, 데크+부츠 기준 3500엔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한 번 렌탈을 하면 렌탈 50% OFF 티켓을 줍니다. 그걸 이용하면 두번째부터는 저렴하게 렌탈 가능하고요.

단, 이곳에서 빌려주는 부츠 상태가 정말 안좋아서, 하루 타고 나면 부츠 안쪽이 물 한바가지 끼얹은 것처럼 됩니다. 데크는 그럭저럭 상태가 괜찮아서 아예 못 탈 정도는 아니구요, BURTON 같은 유명 브랜드 데크도 있습니다.

여기서 보드복 렌탈은 안하시는 게 좋습니다. 한 번 친구가 렌탈을 한 적이 있었는데 때가 꼬질꼬질한 건 물론이고 상태가 지금 당장이라도 내다버려야 할 것 같은 걸 빌려주더군요.

실내이기 때문에 그닥 눈부시지 않아서 고글은 필요 없고, 추위 타시는 분이면 모자 필요할 것 같아요. 안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탈의실은 꽤 좁습니다. 짐은 코인 로커에 맡겨야 하는데 500-600엔 정도이고, 한 번 맡기고 나서도 몇 번이고 열 수 있어요. 마지막에 집에 갈 때 로커에 붙은 작은 버튼을 누르면 100엔을 돌려줍니다.

음식도 팔고, 700-1000엔 정도. 퀄리티는 딱 그 가격만큼 합니다. 한 끼 때우기에 나쁘지는 않아요.

주말에 가시면 사람이 너무 많아 렌탈하는데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고, 보드는 커녕 걷기도 힘들 정도가 되니 평일에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시우치마루야마 스키장 http://ishiuchi.or.jp/


니이가타에 있는 큰 스키장입니다. 저는 차 운전이 가능한 친구들과 함께 렌터카로 갔구요, 이동시간 꽤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니이가타다 보니). 차 운전이 불가능하신 분은 조금 비싸긴 하지만 조에츠 신칸센 타고 에치고 유자와 역에 내리시면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고 하네요.

제가 2015-2016시즌에 사야마 스키장에서 펜듈럼을 배우고 2016-2017시즌 처음으로 여기를 갔거든요. 1년만에 타려고 하니 배웠던 것도 생각도 하나도 안나고, 내릴 때 경사가 있는 리프트에도 익숙하지 않고 해서 정말정말 많이 넘어졌습니다….아니 넘어졌다기 보다는 거의 엉덩이로 내려온 것 같아요. 설상가상으로 괜찮겠지 하고 보호대도 안가져가서 온몸이 누구한테 두드러 맞은것처럼 됐습니다. 갔다온 다음엔 앓아눕고…

하지만 저의 그런 사정을 빼고 스키장만 보면 정말 좋은 스키장이었습니다. 널찍하니 코스도 많아서 잘 타시는 분이면 코스를 골라 타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눈도 꽤 푹신하고 괜찮았고요. 

이곳은 입구가 몇 개 있는데 저희는 中央口에서 입장했고. 그 근처에 있던 자그마한 렌탈샵에서 데크와 부츠를 빌렸습니다. 


페타 렌탈 http://2nd.geocities.jp/fueda_2000/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아주머니가 굉장히 친절하셨어요. 부츠/데크 상태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여기 가게 옆에 조그만 주차장이 있어서, 자리가 있으면 주차를 무료로 할 수 있습니다. 혹시 가시는 분은 참고하세요. 스키장 주차장은 유료입니다.

코스가 굉장히 복잡한 편이기 때문에 일행이 있으면 각자 지도를 지참하고 연락해둘 방법을 정해놓는 게 좋을것 같아요. (지도는 리프트권 살 때 주변에 비치되어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마이코 스키장 http://www.maiko-resort.com/winter/


이시우치 마루야마 스키장에 갔다가 근처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갔던 스키장입니다. 이동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중,고급자 분들이 하루종일 타시기에 부족함 없는 스키장일것 같습니다. 단 제가 갔을 땐 눈 상태가 너무 안좋았고요 (모든 스키장이 그렇지만 특히 초보자 코스) 얼마나 안좋았냐면 초보자 코스에 눈상태 안좋으니 조심해서 타라는 팻말이 있을 정도...리프트도 경사가 꽤 있는 편이라 초보자에게는 조금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리프트가 경사가 엄청나서 정말 무서워요…

큰 스키장 치고는 밥먹는 곳이 한정되어 있어서 점심때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렌탈은 입구 근처에 저렴하게 렌탈 가능한 렌탈샵이 2-3개 있어요. 주차장도 널찍해서 차 갖고가시는 분들은 렌탈만 하면 무료로 세워놓을 수 있어 좋습니다. 데크, 부츠 상태도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왓바라 스키장 http://www.iwa-ppara.com/


가장 최근에 다녀온 스키장이구요, 신칸센을 타고 다녀왔습니다. 일반 전철을 타고 JR 오오미야 역까지 가서 신칸센으로 갈아타고 에치고 유자와 역에 내리시면 됩니다. 왕복 6000엔 정도로 비교적 비싸긴 하지만 1시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요. 제가 갔을 때는 한참 시즌이라 스노보드 타러 가는 사람들이 정말정말 많아서 입석인데도 못 탈뻔 했네요.

에치고 유자와 역에 내리면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도착합니다. 렌탈샵이 입구 근처에 3-4군데 있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골라 가셔도 될 것 같긴 한데 제가 간 곳은 이곳 


렌탈샵 베어 스포츠 http://yuzawa.jp/bare/

(만든지 20년은 된듯한 홈페이지가 인상적)

정말 평범한 렌탈샵이구요, 저는 데크 + 부츠 2000엔에 대여했습니다. 스탭분들도 친절하시고, 렌탈하면 짐도 무료로 맡아주십니다. 

스키장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좋았구요, 코스가 널찍널찍해서 초보자들이 타기가 좋습니다. 비기너턴을 할 줄 알게 되고 나서 처음으로 간 스키장이라 약간 걱정했는데, 연습하기 정말 좋았어요. 대신 리프트가 약간 속도가 느려서 속이 터질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눈상태도 괜찮고 저는 좋았습니다. 연습도 많이 되었고요.

규모로 말하자면 그렇게 엄청나게 큰 스키장은 아니지만 고급 코스도 있기 때문에 중, 고급자 분들도 질리지 않고 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대신 리프트가 느릿느릿한지라 이동시간이 좀 걸릴듯.

식당은 붐비는 것처럼 보여도 찾아보면 자리는 언제나 있는...그런 느낌이었구요.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애기들이랑 같이 가도 즐거울 것 같아요.


제가 간 스키장 내용은 이정도구요.


계속 렌탈샵에서 렌탈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제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스키장에서 빌리는 것보다 스키장 주변에 있는 렌탈샵에서 대여하시는 게 질도 좋고 저렴하게 대여를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가 처음으로 갔던 카시마야리 스키장에서 빌렸던 보드와 부츠는 상태가 굉장히 안좋았는데도 불구하고 (발 결합하는 부분이 덜렁거리고 결합이 잘 되지 않아 엄청나게 애먹었습니다) 렌탈하는 데 4000엔 정도는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다른 스키장에 가서 스키장 근처의 렌탈샵에서 대여를 하면 보드+부츠 세트에  2000엔 정도로 저렴하게 렌탈이 가능하고 또 상태도 굉장히 좋았어요. 렌탈샵에서는 렌탈만 해 주는 게 아니라 옷도 갈아입을 수 있고, 그곳에 짐을 맡기거나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때에 따라 무료로 가능하기도 합니다. (별도로 돈을 받기도 하지만 꽤 저렴한 편) 그러니 혹시 일본 스키장에서 렌탈을 하실 때에는 스키장 자체 렌탈보다는 근처 전문 렌탈샵을 이용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렌탈을 할 때에는 신청서에 간단한 신상명세만 작성하면 바로 렌탈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가끔씩 신분증을 요구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지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3월 안에 한 번 더 보드타러 갈 계획입니다. 이제 봄이 오려고 하는데 저는 이제야 보드에 빠져서...

제 마음은 계속 겨울이었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보딩하세요!